[2018 여름 호] 세상을 바꾼 사회혁신의 맛
  글쓴이 : 매거진팀     날짜 : 18-06-27 22:02     조회 :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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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사회혁신의 맛



글|황예지 기자(매거진 리더십코리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매거진 리더십코리아의 황예지 기자입니다. 그동안 말없이 기사만 내보내다가, 뜬금없이 인사를 하니 깜짝 놀라셨죠? 이번 호 주제가 사회혁신인지라, 기자팀에서도 소소한 혁신을 시도해보고자 글쓰기 방식을 한번 바꿔 보았답니다.

요즘, 사회혁신에 대해 참 많이들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혁신실험’, ‘체인지메이커’, 이런 말 한 번쯤 들어 보셨죠? 새 정부 들어 청와대에는 ‘사회혁신수석’이라는 직책까지 생겼다고 하니, 사회혁신의 중요성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 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회혁신이란 무엇일까요? 막상 정의를 내려 보려고 하면 그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이런 것도 사회혁신일까?’, ‘사회 전체적으로 임팩트가 있어야 사회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아마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독자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 이번 호에서는 사회혁신이 무엇인지 한번 시원하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혁신의 맛

기사의 제목을 ‘세상을 바꾼 사회혁신의 맛’이라고 붙인 이유는 사회혁신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The open book of social innovation》의 저자 Caulie-Grice에 의하면, 사회혁신에 명확한 정의가 없는 이유는 그 말이 굉장히 다양한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사례들을 지칭해 왔기 때문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사회혁신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그 공통분모를 되짚어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크고 작은 사회혁신의 사례 6가지를 가져왔습니다. 다소 주관적일 수 있지만, 사회혁신에 대한 기존 논의에서 보편적으로 거론되거나 우리의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사례를 골랐는데요. 이 혁신들에 어떤 ‘맛’이 있는지, 나름대로 시식평에 도전해보았습니다. 독자여러분도 이 글을 보시며 무엇이 이것들을 ‘혁신’으로 만드는지, 그 공통분모를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세상을 바꾼 사회혁신들의 맛을 함께 음미해 보실까요?






[사회혁신의 맛] 첫 번째, 짜릿한 맛

첫 번째로, 사회혁신에는 ‘짜릿한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를 혁신하는 아이디어들은 처음에는 황당하거나 불가능한 것으로 손가락질 받지만, 어느 순간 통쾌한 반전을 이루어 내기 때문이죠. 또 인간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위대한 진보를 이룩한다는 점 에서요! 바로 다음에 소개해 드릴 두 가지 사례에서 사회혁신의 ‘짜릿한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국민의료보험제도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의료보험제도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영국 National Health Service(국민 보건 서비스)의 유명한 슬로건이죠. ‘국가는 모든 국민들이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신념은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이는 불과 20세기에 들어서야 제도화된 것입니다. 이 아이디어가 처음 제시된 1942년에는 말도 안 되는 이상적인 서비스라고 지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나요? ‘어떤 사람도 최소한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사람을 살리는 의료기술은 가격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공되는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뿌리내리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죠. 하지만 지금도 이 사회혁신이 전 세계에 공통적인 것은 아닙니다. 한국도 1989년에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요, 세계에는 아직 국민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국가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2. 정보를 시각적 형태로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 그래프

통계와 그래프는 자료를 정리해서 그 내용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표현한 것입니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이 기술들도 누군가의 혁신을 통해 존재하게 된 것인데요. ‘간호사’로 잘 알려진 나이팅게일은 크림전쟁 당시 영국의 야전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던 와중에 놀라운 혁신을 이루어 냅니다.

그녀는 비위생적인 병실 환경으로 인해 죽는 군인의 수가 전쟁에서 죽는 군인의 수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수도 정비, 환기 시설 확충, 뜨거운 물로 환자들을 씻기는 등의 조치가 필요했는데요, 이를 실행하는데 필요한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군인들이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사망한다는 사실을 관료들에게 증명해야만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보수적인 관료들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만큼 설득력 있게 이 논리를 보여줄 수 있을까?’ 나이팅게일은 원 모양의 그래프를 만들고 매달마다 사망한 군인의 사망원인을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색상의 차이를 통해 가장 주요한 사망원인이 무엇인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지요. 결과적으로 이 그래프는 정부 관료들을 설득시켜 수많은 영국 군인의 생명을 구했을 뿐 아니라, 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인간의 능력을 혁신적으로 높여주었습니다.


[사회혁신의 맛] 두 번째, 흐름을 뒤집어엎는 맛

사회혁신에는 ‘흐름을 뒤집어엎는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끼지만 기존제도의 관성이 너무 강력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혁신이라는 강력한 한 방이 꽉 막힌 벽을 뚫어주는 것 같다고 할까요? 벽에 한 번 구멍이 나면 그 길로 올라가는 사람이 생기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뒤를 따라가면서 불편함을 바로잡을 가능성은 커집니다.



3.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

금융의 기본은 소득이나 직업을 통해 상환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돈을 빌려주는 것인데요. 반면 마이크로크레딧은 저소득자, 저신용자들에게 무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처음 창시한 인물은 방글라데시의 경제학 교수인 무함마드 유누스입니다. 그는 방글라데시의 한 시골 마을에 방문했다가 처참하게 가난한 사람들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러나 은행은 정말 돈이 필요한 마을 주민들에게는 상환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돈을 빌려주지 않아 그들은 빈곤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죠. 이에 유누스 교수는 마을주민 중 가장 가난한 마흔두명에게 자신의 돈을 무담보, 무이자로 빌려주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돈을 갚았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삶과 형편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유누스 교수는 이 경험을 토대로 가난한 사람에게만 돈을 빌려주는 ‘그라민 은행’을 설립했습니다. 빈곤계층이 소규모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소액대출을 제공하고, 수익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삶의 자활을 이루도록 하는 그라민 은행의 모델은 이후 널리 널리 퍼져 나가게 됩니다. UN은 2005년을 마이크로크레딧의 해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마이크로크레딧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출하고 있습니다!



4. 공정무역제도

우리가 즐겨 먹는 커피나 초콜릿의 원료들은 어디에서 올까요? 주로 경제 발전 수준이 낮은 제3세계 국가들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야흐로 자유무역의 시대가 열리면서 경제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의 풍부한 농작물들을 공격적으로 수입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들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의 농민 및 노동자들이 적절한 이윤을 배분 받지 못한 채 착취를 당하는가 하면, 부의 편중 및 환경파괴와 같은 문제들이 점점 심각해졌습니다. 공정무역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 운동으로 대두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무역을 지속해서는 제3세계의 생산자들이 일하면 일할수록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따라서 개발도상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정당한 값을 지급하여 생산자의 경제적 독립 및 개발도상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하려는 것이 공정무역의 궁극적 목표입니다. 인권, 환경, 건강한 노동 등이 공정무역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가치이죠!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공정무역의 규모는 2조 원에 달합니다. 물론 공정무역의 효과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도 있지만, 기존의 무역구조 속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을 더 나은 삶으로 구출할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사회혁신의 맛] 세 번째, 사람을 살리는 맛

마지막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맛입니다. 바로 ‘사람을 살리는 맛’입니다! 그것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구하면서 말이죠. 또 이런 맛도 있습니다. 효과는 미미할지 몰라도, 시민들이 직접 혁신을 기획하고 작동하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주체로 성장하게 하는 맛이죠. 이런 혁신들은 시민들의 행동 양식을 바꿉니다. 사람들 속에 숨겨져 있던 창의성을 꺼내게 해줍니다!



5. 알 로와드 (Al Row-wad)

폭탄테러 또는 군사공격으로 어린이와 여성들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끊이지 않고 들려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2018년인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아랍지역 각지에 퍼져 있는 난민 캠프의 삶은 늘 위기투성이입니다. 이스라엘 군대의 극심한 통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테러, 경제적 곤경과 열악한 위생환경 등... 이곳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좋은 교육을 받고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기보다는 폭력과 분노, 미움이 일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데요. 자살폭탄 테러범의 다수가 17~21세의 청소년이라는 사실은, 이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세상을 향한 분노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해 다시 폭력의 굴레에 빠지고 마는 현실을 보여주죠.

알 로와드(Al Row-wad)는 이 아이들이 폭력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알 로와드의 설립자인 압델 파타는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고 연극 활동에 참여하게 합니다. 세상에는 정치적 갈등과 분쟁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 꿈, 평화로운 공존도 존재한다는 것을 예술을 통해 알려주려는 것이죠. 이곳에서 교육을 마친 청년들은 여러 기관, 학교, 정부 조직과 협력하여 연극 등의 예술 활동을 주도합니다. 또한 아이와 부모에게 영양, 심리, 언어, 컴퓨터 등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도 무상으로 제공합니다. 폭력과 갈등이 난무하는 공간을 인간성이 회복되는 공간으로 바꾸어 내려는 것입니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위기 속에서 평생을 살아갈 수도 있는 아이들에게 평화로운 미래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알 로와드는 위기에 빠진 아이들을 이렇게 구하고 있습니다!



6. 빅이슈(Big issue)

Working Not Begging! 구걸이 아니라 일을! 노숙자 자활 지원을 위한 잡지인 빅이슈의 슬로건입니다. 영국에서 시작된 빅이슈는 이미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전철역 주변에서, 빨간색 잡지를 팔고 있는 노숙인을 다들 한번은 만나 보셨죠? 국가에서는 위험에 처한 노숙인들을 구호하기 위한 긴급지원제도나 노숙인 쉼터 등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것들이 노숙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빅이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숙인들의 자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빅이슈는 노숙인들을 고용하고 잡지를 팔도록 했습니다. 잡지가 5000원이라면, 노숙인이 3000원을 갖고 회사가 2000원을 갖는 식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것입니다. 즉, 노숙인이 구걸이나 복지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 일을 통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함으로써 회사와 노숙자, 시민들 모두에게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어떤 혁신을 꿈꾸시나요?

수고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저와 함께 6가지 사회혁신의 사례를 둘러보셨네요. 이 사례들 속에 담긴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저는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만족시키는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사회혁신의 유명한 정의가 생각났습니다. 그 욕구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더 나아지고 싶은 열망일 수도 있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회혁신이든 더 나은 사회란 어떤 사회인지, 보다 나은 삶이란 어떤 삶인지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이 녹아 있다는 점이지요. 여러분은 어떤 열망을 가지고 있나요? 어떤 것에 마음을 쓰고 계신가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날이 갈수록 더 복잡다단해지기 때문에, 다루기 힘든 문제들이 더 많아질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병통치약 같이 모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주는 사회혁신은 더더욱 나타나기 힘들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회혁신의 크기와 맛은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 모두가 사회 혁신가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사회혁신의 역사적 사례들을 짚어봤다면, 이제부터는 살아있는 ‘사회 혁신가’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실 시간인데요! 열정 넘치는 리더십코리아의 청년 기자들이 한국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사회 혁신가’들을 인터뷰하고 왔습니다. 자, 그럼 함께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실까요?






[참고자료]
동아일보 베네핏 / 아쇼카 한국 http://www.benefit.is/asho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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