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가을 호] 결혼이주여성의 한국살이,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다
  글쓴이 : 매거진팀     날짜 : 18-10-03 09:24     조회 : 47    
  트랙백 주소 : http://magazinelk.kr/bbs/tb.php/2017/74




결혼이주여성의 한국살이,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다



글|정 혜 원 기자(매거진 리더십코리아)


‘한국인’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 혹은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한국인일까? 그렇다면 타국의 국적을 취득한 한국 사람, 혹은 국적은 한국인이지만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은 한국인이라고 볼 수 없는가? 한국인이라는 개념 혹은 집단은 존재하며 법적·문화적·정치적으로 기능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지리적 경계가 흐려진 소위 ‘글로벌 시대’에서 한국인인 상태, 한국인임을 증명하는 것은 사실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한국인'과 이주민의 결혼, '다문화 가족'

한국에서 이주민과 결혼한 가족을 두고 ‘다문화 가족’이라고 부른다. 「다문화가족지원법」 제2조 제1호에서 일컫는 다문화 가족의 의미를 살펴보면, “결혼이민자와 대한민국 국민으로 이루어진 가족”이거나 “「국적법」에 따라 인지 또는 귀화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와 대한민국 국민으로 이루어진 가족”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가족을 말한다. 또한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2조에 따르면 다문화 가족 구성원인 ‘결혼이민자’는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한 적이 있거나 혼인 관계에 있는 재한외국인”을 뜻한다. 그런데 이 단어는 우리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가족 구성원으로 있는 가족을 일컫는 말로 쓰이는 경향이 있다.

2017년 7월에 통계청이 발표한 결혼이민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결혼이민자의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그중 약 84%가 여성이다. 출신지는 중국 37.4%, 베트남 27.4%, 일본 8.6%, 필리핀 7.6% 순이다. 3년마다 다문화가족의 실태 및 현황 파악을 위해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가 실시되는데, 2015년 조사 자료의 ‘만남과 결혼’에 대한 항목에 따르면 결혼이민자, 귀화자 중 20.8%가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만났다. 이중 거주 비율은 수도권 17%, 농촌 지역 32.9%였고 출신지는 베트남이 56.9%로 가장 많았다. 2012년 자료보다 혼인 통로에 대한 응답이 큰 변화가 없음을 미루어볼 때, 여전히 중개를 통한 결혼 이주가 상당수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결혼이민자의 평균 연령은 여성 33.3세, 남성 41.6세였으며, 여성은 20대 이하가, 남성은 40대 전후가 많았다. 한국인 배우자와의 연령 차이를 고려해보면 여성은 10세, 남성은 1.3세로 나타난다. 평균 연령의 차이는 캄보디아와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해당 국가의 여성의 경우 20대 연령대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였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결혼이주여성들

여성 비율이 현저히 높은 한국 내 결혼이민자. 이 중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만난 약 20%의 사람들은 주로 베트남 출신 여성이었다. 이러한 여성 결혼이민자를 두고 흔히 ‘결혼이주여성’이라고 부르는데, 한국에서 그들의 삶은 어떠할까? 그들은 일정 수준의 체류 기간과 재산이 증명되어야 한국인으로 혼인 귀화를 할 수 있다. 그 외에 매우 세세한 사항을 검증받아야 하기에, 사실상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 국민으로서가 아닌 외국인으로 체류 자격을 얻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중 취업자 비율은 2009년 36.9%에서 2012년 53%, 2015년 59.5%로 증가 추세에 있기도 하다. 이는 2015년 기준 국내 여성 전체 고용률 49.9%에 비해 10%가량 높은 수치이다. 그러나 이 중 30%는 단순 노무 업무에 종사하고 있거나 임시직 또는 일용직 형태로 고용된 경우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실제 취업 현장에 나가려고 해도 서류와의 싸움에 봉착한다. 본국에서의 학력을 인증받기에도 어렵고, 한국어 능력을 입증할 자료 및 다양한 증빙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게다가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사업장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근로계약서나 4대 보험, 근로 시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없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곳으로 제시되는 분야는 통⠂번역, 이중 언어 강사, 다문화 이해 강사 활동이 있으며 최근에는 1인 미디어 방송이나 당사자 NGO 단체를 창립하거나 협동조합으로 창업을 하기도 한다.
결혼이주여성이 주로 도움을 받는 중앙 정부 차원의 기관은 여성가족부, 교육인적자원부, 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행정자치부, 법무부, 문화관광부, 고용노동부가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 기관들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주로 한국어 교육, 요리 교육, 한국 문화 교육, 부모 및 부부 교육, 컴퓨터 교육 등이다. 크게 이상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이러한 교육들은 사실상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기 위함이 아닌 한국 가정주부로의 역할을 위한 교육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직업 교육 명목하에 제빵, 바리스타, 컴퓨터 등의 교육도 종종 시행되고 있다.



한국인 남편과의 가정생활은? 동남아지역 출신 배우자와의 결혼 지속기간은 평균 약 ‘6년’

국제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원정 결혼’을 하러 간 한국 남성들은 평균 3-6일 만에 신부를 찾고 결혼식까지 치르고 온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국가별 여성 베스트” 라는 문구와 함께 이름이 아닌 번호로 정체성이 부여된 여성들의 사진이 접속자들을 맞이했다. 2016년 한국소비자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결혼에 수반되는 비용은 평균 1,100만 원을 웃돌며 한국인 배우자가 전적으로 부담한다.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 2항에 따르면 국제결혼 중개업자는 결혼 당사자들에게 범죄경력증명, 건강진단, 혼인 경력 등 신상정보를 제공해주어야 하지만, 서로의 언어로 제공되어야 하는 복잡함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는 않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및 그 외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 배우자와의 결혼 지속기간은 각각 평균 5.9년, 6.44년이었다. 이는 타국 출신 배우자와의 결혼 기간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이주여성 가정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다룬 미디어 자료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2018년 발간한 도서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로부터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유튜브에 ‘결혼이주여성’ 이나 ‘국제결혼’, ‘다문화 가정’과 같은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수많은 결과가 나타나는데, 영상은 크게 두 가지 양상을 띠고 있었다. 첫 번째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취업 및 진학을 응원하는 양상이었고, 두 번째는 결혼이주여성과 한국인 배우자의 갈등을 다루는 양상이었다. 이 갈등 소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났다. 한국인 남성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며 사는 ‘여성 피해자’들의 실태를 알리고 그에 대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형태와, ‘값’을 지급하고 데려온 아내가 가출하여 피해를 보고 아내와 아이를 찾아다니는 남성들의 모습. 다소 연출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미디어의 한계를 고려하고서라도, 이주여성 가정에 대해 미디어가 그려내는 모습은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실제로 결혼이주여성들은 ‘값’을 주고 한국에 왔다는 이유로 가사를 도맡아 하거나 남편뿐만 아니라 남편 가족의 폭력으로 고통받기도 한다. 주로 농촌 지역 거주 이주여성이 많기 때문에 고립된 상황 속에서 쉽사리 도움을 받지 못한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에는 이주여성들의 이야기와 전문가들의 해설이 실려있다. 책에서는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착취, 물리적 폭력, 양육권, 자립, 체류권, 성폭력 문제를 주로 다루는데, 이 이야기들 전반에는 이주여성들을 향한 심각한 가정 폭력과 제도적 장치의 부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결혼이주여성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가정 폭력 문제, 가부장적 사고와 문화 우월주의를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안보나 사회의 정의를 외치고 있지만 국내 거주 외국인의 인권 문제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 모순적이라고 지적하며, 이제는 치유와 보호를 넘어 이주민들이 ‘선택’하고 ‘자립’할 수 있는 정책적, 사회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국 사회 내 수많은 결혼이주여성과 함께 살아가려면…

한국이라는 생활세계 내에서 함께 살아가려는 방안을 고민해볼 때, 중매혼을 통해 이주해 온 결혼이주여성의 가장 큰 문제는 ‘기회’와 ‘선택’의 문제였다. 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부여받는 역할은 가사와 육아다. 더구나 말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거나 쉽사리 경제활동을 시작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 차원에서 다양한 교육을 지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나친 가사나 가정 내 억압적인 분위기로 인해 교육 프로그램 자체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제도적인 문제를 꼬집기 이전에 가정 내에서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가정 내 역할만을 강조하는 교육이나 제한적인 역량 강화 교육을 뛰어넘어, 결혼이주여성들의 주체성을 지지하는 방식의 것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국제결혼 중매가 이루어지는 현장에서도 서로의 언어로 각각의 배우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되어야야 할뿐더러, 첫 만남 이후 실제 결혼식까지의 시간 또한 충분히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국가 출신의 배우자에 대한 우월적인 태도를 버리고 만남을 시작해야 한다.

통신과 수송 기술의 발달로 ‘지리’의 경계가 주는 국적 정체성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는 요즘, 지구상의 많은 사람은 다양한 국적을 가지기도 하며, 때로는 수많은 문화적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우리의 많은 부분을 결정해주지만, 단순히 국적만으로는 한국인임을 증명할 수는 없다. 즉, ‘한국인’과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을 구분하는 정확한 ‘기준’이라고 할 만한 것을 말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한국인됨’을 가지고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을 나누거나 차별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불가능한 노릇이다.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이라고 여겨지는 자들이 우리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온, 다름 아닌 ‘여성’일 때, 그리고 ‘값’이 매겨진 결혼일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들’과 ‘우리’는 그렇게 다른 존재들이 아니다. 물론 수많은 차이를 나열할 수 있고 시민권자와 비시민권자의 제도 속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조금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같은 인간일 뿐이다.








결혼이주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는 그들의 출신지나 돈 거래의 유무를 떠나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직면한 문제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제도의 불합리함이나 결혼이주여성의 결혼 동기에 대한 불순함 같은 것을 탓하기 이전에 한국 사회 내 깊이 자리 잡은 차별과 무시를 돌아보아야 한다.

단순히 국적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모든 것을 따져보아도 ‘그들’과 ‘우리’가 같은 인간이라면, 무슨 근거로 타인을 차별하고 얕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