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가을 호] 만만치 않더라_ 탈북과 남한사회 살아가기
  글쓴이 : 매거진팀     날짜 : 18-10-03 15:02     조회 :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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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치 않더라_ 탈북과 남한사회 살아가기



글|조 은 아 기자(매거진 리더십코리아)


프롤로그
“만만치 않다”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기자는 북한이탈주민을 수차례 만나면서 이들의 눈물을 보았고, 아픔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도 겨우 ‘만만치 않다.’고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에게만 그렇겠는가. 우리네 인생이 다 만만치 않더라. 이게 어쩌면 기사의 결론이다.






판문점 선언, 평양선언 등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북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리 온 통일'이라고 불리는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싶어 기사를 준비하였다. 기자는 북한이탈주민에 관심이 많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생이다. 북한이탈주민을 여러 차례 만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고,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방법 중에 하나는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의 상황이 북한이탈주민의 입으로 생생하게 북한 주민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해주신 김병로 교수님은 남북문제와 평화로운 통일을 연구하는 27년차 북한 전문가로, 한반도평화연구원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 재직 중이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간단한 궁금증으로 시작한 인터뷰였으나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었다.






▶ 북한이탈주민의 탈북 동기

Q.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이탈주민이 감소하고 있다고 들었다.
A. 김정은 정권 이후 경제 환경이 약간 호전된 탓도 있고, 통제가 늘어나서 탈북이 더 위험해진 탓도 있다. 탈북을 막기 위해 국경지대에 철조망을 설치한 것이 한 예다. 그래도 여전히 저소득층의 경우 목숨을 걸고 탈북을 감행하고 있다.

Q.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체제 대한 반감으로 탈북을 하는가?
A. 그렇지는 않다. 통일평화연구원에서는 매년 북한이탈주민이 북한의 체제를 얼마나 내면화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탈북민의 경우 주체사상에 긍정적인 사람이 65%, 부정적인 사람이 35%이다. 이를 세분화하여 살펴보면 강한 내면화 40%, 약한 자긍심 25%, 약한 반감 25%, 강한 거부감이 10%이다. 시기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위 비율이 유지되고 있다.
북한체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공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히 억압과 통제로만 유지되는 사회가 아니다.

Q. JSA 귀순병사는 남한 문화에 대한 동경으로 탈북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북한이탈주민의 탈북 동기가 전반적으로 변화하고 있는가?
A. 90년대 북한은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경제적인 절박함으로 탈북을 많이 하였다. 2000년 이후부터는 경제 상황이 호전되어 자유와 꿈을 찾아오는 경향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 북한이탈주민의 한국사회 정착과 지원 정책

Q. 북한이탈주민으로부터 “남한 사회는 정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 북한의 노동신문은 6면이 있는데 1면에 매일 남한의 소식을 싣는다. 그 내용이 주로 임금 착취, 보험금을 타기 위한 살인 및 자해, 총기 살인 등이다. 북한사람들은 매일 그런 소식을 접한다. 그러다 보면 북한사람들은 남한이 돈만 아는 사회,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북한에서의 정치적인 선전 때문만은 아니다. 북한은 마치 남한의 70년대와 비슷하다. 아니면 옛날 시골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남한도 그때는 공동체가 살아있었다. 학교 갈 때에도 동네에서 모여서 같이 다니고, 옆집 살림도 다 알았다. 지금은 아파트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공동체는 무너졌다. 북한에서 보는 남한이 정 없고, 잔인한 사회일 수 있는 이유이다.

Q. 북한이탈주민은 어떤 과정을 통해 남한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가?
A. 심리학자인 베리(John Berry)에 의하면 이민자들은 일반적으로 동화(assimilation)->통합(integration)->분리(separation)->주변화(marginalization)의 과정을 겪는다. 북한이탈주민도 대개 비슷하다. 처음 와서는 막연하게 자유롭고, 이상적인 사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 통합이 이루어지는 단계로 들어간다 . 그러나 5년 정도가 지나면 현실을 깨닫고 좌절하게 된다. 분리가 발생한다. 남한에서 지원하는 금액과 정책이 북한에 있었을 때는 천문학적인 액수여도 막상 남한에서는 큰 돈이 아니다. 열심히 살아도 남한에서는 저소득층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때 재입북, 탈남 시도를 많이 한다. 그리고 10년이 지나면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을 가지고 남한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Q.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A.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은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잘 되어 있다. 돈도 주고, 집도 준다. 북한이탈주민에게 주거지원, 정착금 등을 포함하면 일인당 총 3천만원 정도의 지원금이 나간다. 북한에서는 공식월급이 0.3달러 밖에 안되고 장마당 비공식 소득을 합해도 월 20-30달러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남한정부가 지원하는 3만달러 정도의 정착금은 천문학적인 돈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남한은 여전히 정착하기 힘들고, 고생을 많이 하는 곳으로 묘사된다.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자체가 생존하기 힘든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Q.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A. 진짜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사회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지역 격차, 빈부 격차 등 분배 문제가 해소되어야 한다. 한국 사람들도 스스로 “이만 하면 이민 안가도 되겠다.”는 생각은 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북한주민이 중국과 북한이 아닌 남한을 선택한다. 북한이탈주민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일터에서 차별을 느끼지 않고, 임금 착취 없이 분배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사회 전체가 개선되면 북한이탈주민에게도 자연스럽게 그 혜택이 흘러간다. 독일과 이스라엘이 그랬다. 이스라엘의 경우 다시 조국으로 돌아오면 100달러를 준다. 그게 전부다. 우리 나라처럼 우대정책은 없지만, 사회 보장 시스템이 잘 돌아가니 그 시스템으로 편입되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 수 있다. 사회 시스템 자체가 그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에필로그
인터뷰 내내 교수님은 따뜻한 미소를 품고 대답해주었다. 현상을 냉철하게 분석하면서도, 인간적이고 따뜻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교수님의 식견과 혜안은 많은 통찰을 주었다. 기자의 지식과 필력 부족으로 다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럼에도 교수님이 던지는 메시지는 강력하다. 북한이탈주민은 경제적인 목표와 꿈과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왔다. 탈북은 매우 위험하고 상상하기조차 힘든 여정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남한 사회는 어떠한가. 많은 예산을 쏟아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착하기 힘들고, 고생스럽고, 저소득층을 벗어나기 힘들다. 진정한 지원정책은 우대정책이 아니다. 사회시스템 전체가 변화해야 한다. 우리들 모두를 위한 사회가 되어야 북한이탈주민에게도 흘러간다. 남한에서 태어난 이도 살 만한 사회가 북한이탈주민에게도 좋은 사회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우리네 인생 다 만만치가 않다. 그러니 서로를 돌보고, 다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