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ership KOREA 2017년 봄 호
 작성자 : 매거진팀
Date : 2017-03-29 14:05  |  Hit : 171  




하나의 겨자씨가 숲을 이루고 새가 깃들기까지


박기태(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 단장)

‘리더십’이라는 단어는 당신에게 어떤 이미지를 주는가? 통상적으로 리더십은 리더의 능력, 영향력 및 성과 등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우리는 사회 속 다양한 조직으로부터, 가까이에서 ‘리더십’을 접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리더십의 모델, 리더십 개발방법 등은 오래 전부터 수많은 책과 강의를 통해 분석 되어 온 인기 주제이다.

그런데 여기 리더십이라는 단어를 부담스러워하는 리더가 있다. 바로 반크의 대표 박기태 단장이다. 반크는 각국의 세계지도 중 고작 3%만이 동해를 ‘동해’라고 표기할 때 이를 28%까지 끌어올린 국내 최대 민간 사이버 외교단체이다. 10여 년 전, 한국 정부가 해외사이트의 오류 시정 3건의 성과를 이루어 냈을 때에 반크는 정부 지원 없이 무려 62건을 해냈다. 1999년 작은 펜팔사이트로 시작한 단체가 16년간 약 470여 건의 세계 오류를 시정하며 13만 명의 청소년들에게 능동적인 역사교육을 실행했다. 이에 박기태 단장은 5개 부문의 대통령 표창상 등을 수상하고 한국을 움직이는 100인(서울신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어마어마한 성과를 이뤄낸 민간단체의 사이트에는, 박기태 단장의 이름은 커녕 그의 사진 한 장도 걸려있지 않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단장이자 청와대 직속 청년위원회 인재양성 문화분과위원장, 서울시 홍보대사, 외교부 산하 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 홍보대사 등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그이지만, 정작 스스로는 ‘리더십’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럽다며 자신을 작디작은 겨자씨로 비유하고는 숨어버리려 했다. 인터뷰에 쉽게 응하지 않는 그와의 실랑이 끝에 가까스로 박기태 단장을 만날 수 있었다.






Q. 인터뷰를 부탁했을 때 ‘리더십’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우리 사회의 통상적인 ‘리더’와 ‘리더십’의 이미지에는 1인의 뛰어난 리더가 99명을 통치하는 ‘엘리트주의’가 내재되어 있다. 경쟁을 종용하는 체제가 심화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남들보다 더 뛰어나야 하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엘리트주의 문화의 영향을 받아 왔다는 뜻이다. 내가 지향하고 실천하려는 리더십은 이런 방향이 아니다.



Q. 그렇다면 본인이 지향하는 리더십은 어떤 모양인가?

A. 나는 ‘겨자씨 정신’을 지향한다. 겨자씨는 지름 1mm~1.5mm 의 아주 작은 씨앗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자씨를 찾기 어렵지만 중동지방에 가면 겨자씨는 집 앞 마당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씨앗이다. 그래서 성경에도 겨자씨에 관한 이런 비유가 있다. “겨자씨는 어떤 씨보다 작은 것이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 더 커져서 나무가 되며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입니다.”
나는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겨자씨라고 생각한다. 뛰어난 1명이 999명을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999명이 서로를 리드하고 팔로우한다. 여기서 리더와 팔로워의 구분은 사라진다. 999개의 겨자씨가 내 주변의 작은 변화를 일으킬 때 나무가 되고 함께 숲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 반크에 모여든 청소년들은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을 올바르게 알려주는 펜팔친구이자 민간 외교관이 되어왔고 자발적으로 학교 동아리를 만듦으로써 동아리 반크가 전국으로 번져 나가게 했다. 학생들이 해외 각국의 출판사 및 사이트에 보낸 동해표기율 시정 요청메일은 세계 속 동해 표기율을 3%에서 28%로 올리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10년 전에 사람들은 ”전 세계 지도중 97%가 일본해로 되어있으니 포기하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전 세계 지도 중 3%가 동해로 되어있으니 시작한다”고 했다. 이것은 뛰어난 리더 한 명의 힘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작은 변화의 움직임을 일으킨 작은 겨자씨들의 믿음의 여정이었다.



Q. 왜 하필 겨자씨인가?

A. 나는 20대 시절 내 정체성을 이 흔하고 평범한 겨자씨에서 찾았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건물청소를 하며 야간대학을 다녔던 나는 사회에서 소위 이야기하는 비주류, 저스펙이었고 취업 난 속 스펙 한 줄을 더 쌓기 위해 애를 쓰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러던 중 수업과제로 우연히 만들게 된 펜팔사이트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면서, 평범한 나를 통해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가 홍보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또 세계적인 출판사인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우리나라에 대한 오류를 발견하게 된 후 정부기관에 조치 요청을 보냈지만 답이 오지 않아 직접 고쳐달라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고쳐진 것이다.
평범한 나의 작은 움직임이 만들어 낸 변화를 통해 나는 비로소 겨자씨 비유가 이야기하는 세상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아주 작고 평범한 나였지만, 나와 같은 평범한 친구들이 모여 이 일을 함께 이루어왔고 지금도 계속 해 나가고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도 나의 정체성이자 반크의 정체성이다. 20만명의 청소년들이 각자 5명의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려준다면 세계 100만 명이 한국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는 겨자씨가 자라 이룬 숲처럼 울창할 것이라고 믿는다.



Q. 혼자 시작했던 펜팔사이트가 15만명의 민간 외교관을 길러냈고, 지금도 많은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반크에 모이고 있다. 앞에서 밝힌 겨자씨 정신이 그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나?

A. 겨자씨가 나에게 위로가 되고 내 인생을 바꾼 열쇠가 되었듯이, 경쟁을 종용하는 사회 속에서 최고가 못 되어 상처받은 999명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알게 되자 자연스럽게 기적이 일어났다. 외국인 친구가 자신으로 인해 한국에 놀러 와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겪으며, 자신이 해외사이트에 보낸 메일에 회신이 오고 홈페이지에 반영되는 것을 눈으로 보며 겨자씨가 숲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나는 반크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우리 모두가 외교관이라는 사회적 위치에 갈 수는 없지만, 각자 자리에서 그 누구보다도 영향력 있고 위대한 외교를 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빵집을 하는 사람이 최선을 다해 맛있는 빵을 만들고, 꽃집을 하는 사람이 예쁘고 아름다운 꽃을 포장해서 우연히 그곳에 들른 외국인에게 우리 나라에 대한 좋은 이미지들과 사실들을 전해준다면, 그리고 그들이 고국에 돌아가서 자신의 친구나 가족에게 그 좋은 경험을 전달해준다면 이미 겨자씨가 이룬 숲에 공중의 새가 깃들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다.
평범하지만 나의 삶을 통해 주변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면 충분하다. 작은 겨자씨지만 세계 속 3%의 동해 표기율을 28%로 올리는 기적의 주인공이 된 친구들은 자신 있게 “변화는 작은 날갯짓이면 충분하다”고 외친다.



Q. 취업 난 속 힘들어 하고 있을 많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리더라고 일컬어지는 자질이 없다고 해서, 좋은 스펙이 없다고 해서, 평범하다고 해서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포기해 버리고 마는 수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그들 마음 속의 겨자씨를 확인시켜주고 싶다. 나는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 나도 펜팔사이트에서 외국 친구들에게 친구가 되는 것부터 시작했듯이, 우리 각자는 내 주변에 아주 작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리더가 되지 못하거나 큰 업적을 이루지 못해도 괜찮다. 그러나 일등이 되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공중의 새가 깃들며 숲의 거름이 되는 겨자씨의 믿음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답을 실천하는 것은 사실 전쟁과도 같다. 나는 아직도 매일 아침 생각을 주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생각을 주도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주변의 소리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만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타인의 성과와 나를 비교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더 나은 리더가 되어야 해’라는 마음이 아닌, ‘나는 단 한 명이라도 내 주변의 작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도록 ‘뜻’을 세우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터뷰 끝에 그는 자신의 신분증 뒤에 붙여 놓은 진짜 겨자씨를 보여주었다. 신분증이 그의 신분을 설명하듯 신분증에 붙여놓은 겨자씨는 그가 매일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그의 정체성이자 자신이 이해하는 세상이다. 약 20년 전 세상에서 가장 작고 흔한 겨자씨가 마치 자기 자신처럼 느껴졌던 청년은, 겨자씨가 심겨지면 나무가 되고 숲이 되어 70억의 새가 거기에 깃든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으로 시작한 작은 날갯짓은 거대한 영향력이 되어 돌아왔다. 그는 오늘도 다른 겨자씨들이 포기하지 않고 머리를 내고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물을 준다. 각자의 가능성을 믿도록, 실천하도록. ‘평범함’의 위대한 비밀을 아는 그의 리더십에서 반크의 생명력을 느낀다.






<약력 사항>
- 현) 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 홍보대사
- 청와대 직속 청년위원회 인재양성 문화분과위원장
- 서울시 홍보대사
- 세계김치문화축제 홍보대사
- 청와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 국가이미지 개발위원회 위원
- 대통령표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서울관광대상 수상
- 한국을 움직이는 100인(서울신문) 자랑스러운 한국인 31(매일경제) 선정




<반크 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 1999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국가홍보와 교류를 위해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비정부 민간단체
- 현재 회원 규모 약 15만 명의 사이버 외교 사절단

▷ 주요 활동
- PRKOREA프로젝트: 글로벌 한국 홍보대사 양성
- 월드체인저 교육: 지구촌 시민으로서 지구촌 공동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월드체인저’ 양성
- 21세기 이순신 오류시정 프로젝트: 해외 교과서, 사이트 등 세계 곳곳에 잘못 알려진 한국 관련 오류를 발견 및 시정하는 활동(내셔널 지오그래픽, 돌링 킨더슬리, 팩트 온 파일 등 해외 출판사 및 지도에 동해/독도표기시정)
- 한국 홍보자료 검색 엔진 구축 사업: 전세계를 대상으로 100여종 150만부의 인쇄물을 배포, 동영상 400여개를 제작해 450만 뷰 기록 달성
- 그 외: 글로벌 역사아카데미, 사이버 독도 사관학교 역사교육 진행
- KOICA, 한국관광공사 등과의 파트너쉽 체결, 세계시민교육 및 공동전시회 주최
- 미국 LA 총영사관 공동 한국바로알리기 컨퍼런스개최, 미국 한글학교협의회 교사교육 및 홍보자료 배포





글 최정민, 사진 조성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