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여름 호] 청년을 위한 공유공간, 무중력지대 G밸리 체험기
  글쓴이 : 매거진팀     날짜 : 17-06-28 01:27     조회 :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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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위한 공유공간, 무중력지대 G밸리 체험기





이곳은

청년이라면 누구라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서울시의 ‘무중력지대’다.
“무중력 지대”는 ‘청년들을 구속하는 사회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활동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학자금 대출, 주거문제, 취업문제 등 청년들의 발목을 잡는 중력들이 너무나 많은 한국 사회. 청년들이 이 모든 중력들로부터 자유롭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무중력지대는 서울시 청년정책과와 민간 기업 ‘프로젝트노아’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예산의 95%를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만큼 모든 이용료가 무료이다. 커피도 공짜로 준다.
무중력지대는 대방동과 가산디지털단지(G밸리) 두 군데에 위치하고 있다. 그 중 무중력지대 G밸리에 다녀왔다. 이 곳에서는 직장인을 위한 복지 인프라가 적은 지역의 특성에 맞춰 ‘일터를 삶터로’ 바꾸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청년들, 그 중 한 명과의 숏터뷰

닉네임 “훈훈”을 쓰는(확인해보니 정말로 훈훈한 미소를 지녔다) 운영총괄 매니저 임병훈 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자는 이력과 경력으로 그를 설명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그와의 만남에서 받은 느낌을 소개하고 싶다. 그는 이 곳의 모든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무거운 한국 사회의 중력을 몸소 느끼고 있는 청년이었다. 동시에 그 나름의 특색과 ‘자기다움’을 가진 청년이었다. 여느 청년과 마찬가지로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에게 더 나은 삶은 무엇일까’를 고민한 흔적을 지닌 청년이었다. ‘훈훈’이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나아간 점이라면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Q. 공유공간과 무중력실험실 프로그램을 누가, 얼마나 이용하고 있나요.

A. 연간 참여인원이 7만 명 정도 되어요. 공유공간 이용자는 주로 금천구내 직장인과 취준생이에요. 프로그램 참여자는 지역과 상관없이 멀리에서 오는 분들도 많아요.



Q. 공유공간을 활용한 사업은 없나요.

A. 원하는 청년들에게는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있어요. 참여자의 자율성을 존중해서 다양한 밀도의 커뮤니티 중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유공간을 이용하는 청년들은 자율성을 중시하지요. 자기 업무와 할 일에 집중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따라서 혼자는 싫지만 함께하기는 부담스러운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느슨한 연대 모임들을 제공해요. 무중력실험실은 보다 강한 연대와 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프로그램이에요



Q. 청년정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고요.

A. 노인정처럼 청년정이 아니냐. 단순히 쉼터의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공간의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지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휴식은 물론, 청년 스스로 지역의 청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대안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거든요. 아직까지 대부분의 청년 정책들은 일자리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러나 일자리 문제는 다양한 사회 문제가 결합된 복합적 현상입니다. 때문에 일자리를 만드는 것 외에, 예컨대 활동 공간을 제공하는 것같이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청년들을 짓누르는 제도와 구조의 변화가 시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A. 제도와 구조를 바꾸기 위해 유관기관끼리 토론하고, 논의하며 정책을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그와 함께 청년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 인식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험들, 그 중 하나에 참여한 후기
무중력 실험실 블라인드 토크 파티

페이스북으로 먼저 신청을 하고 참가비 5천원을 입금했다. 목요일 저녁 7시, 힘들었던 한 주를 지나 주말이 멀찍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간에 무중력지대에 모였다. 들어가자 마자 잘 꾸며 놓은 파티룸이 보였다. 클럽 샌드위치와 음료들도 세팅되어 있었다. 환영을 받으며 이름표 스티커를 붙이고 자리에 앉았다. 밥 먹고 왔냐며 먹고 시작하자고 멀찍이 떨어진 작은 책상 위에 둘러 앉았다. 액션건축가 이슬기 씨와 무중력지대 매니저 ‘알리’의 진행에 맞춰 두런두런 수다가 시작되었다.

조금은 서먹서먹했던 밥상머리 수다가 끝이 나고 시간이 지나 총 10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첫 세션은 가면 꾸미기와 자가 진단테스트 검사였다. 또라이 자가 진단테스트, 무기력 테스트, LOST& FOUND 체크리스트였다. 각자 체크한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나 관련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후 각자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내용들을 질문했다. 내가 만난 이상한 직장 상사 담화 배틀, 적고 싶은 묘비명, 삶에서 없어진다면 안 될 무형물 등이 질문으로 나왔다. 수다가 길어지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10시를 훌쩍 넘겼다. 처음 서먹서먹했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서로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거치고 나니 어느새 편안한 연대 의식이 생겨났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에서 진행자들이 준비된 꽃잎들을 뿌려주는 동안 참여자들은 활기차게 무중력지대를 나왔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는 부담없음이 주는 힘과 무중력지대가 제공하는 공간의 힘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오늘 만나게 된 사람에게 꽤나 진솔하게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 곳에서는 배경, 학벌, 취미, 직업 등 이제껏 스스로를 설명하는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기자를 더욱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생각과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중력이 ‘타인의 시선과 판단’의 형태로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중력지대에서 제공하는 토크 파티는 기자가 그러한 사회의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 시간이었다.



* 다른 참여자들의 말 *

“오래 직장을 다니다 보면 항상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지도 뻔하고, 그 사람의 반응도 뻔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오늘 만나게 된 새로운 사람들에게 색다른 에너지를 받고, 창의적인 생각들도 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오늘 너무 피곤해서 오고 싶지 않았는데 문자가 와서 발걸음을 돌렸어요. 참여했던 다른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역시 오늘도 힐링하고 가네요.”

“여유가 없는 일터 및 일상에서 하기 힘든 미술 작업, 버킷리스트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준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 작업을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이 큰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어요. 공감을 얻는 것 외에도 나와 다른 부분에서는 다른 통찰을 얻을 수 있어 좋았어요”






다녀오고 나서

분명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무중력지대가 완벽하게 이상적인 곳이라고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일터가 삶터로 바뀌고 일터의 문화가 바뀌려면, ‘훈훈’ 매니저의 말대로 개인의 관점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친 일상에서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다른 모임이 생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만으로는 허전하다. 더 많은 국민이 시각을 바꾸면서 제도적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점점 이런 방향으로도 무중력지대가 더욱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청년을 짓누르는 사회의 중력이 너무 크다. 때로는 마치 땅 속으로 끌어내리려고 작정한 것 같이도 보인다. 그런 청년들을 위해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공간만큼은 자유롭고 따뜻하기를 바라는 또 다른 청년들이 있다는 것이, 현실의 불만을 행동으로 옮기며 바꾸어 나가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면서 짜릿하기도 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그들의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카페를 이용해보고, 다른 프로젝트에도 참여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분명 새로운 힘이 생길 것이다. 이렇게 ‘그들’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더 큰 우리’가 된다면 비로소 이 사회의 중력들을 이겨낼 힘이 생길 것이다.




글 조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