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가을 호] 뜨거웠던 1년, 캄보디아를 다녀와서
  글쓴이 : 매거진팀     날짜 : 17-09-27 09:08     조회 :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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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1년, 캄보디아를 다녀와서






박태완(국제옥수수재단)



2016년 2월,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KCOC(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의 지원을 받아 봉사단원으로 세계 각국에 파견을 나갔다. 그 중 50여 명이 캄보디아로 갔는데 필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필자는 당시 농업 NGO 단체에서 국제개발실 담당자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한참 캄보디아 옥수수 연구 및 농촌개발 사업을 진행하던 중이라, 현장의 생생함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선뜻 지원하게 됐다.


캄보디아 정부는 5년 단위로 국가전략개발계획(National Strategic Development Plan; NSDP)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농업분야의 발전이 항상 주요 과제로 꼽히고 있다. 필자는 캄보디아 농업 분야 중에도 특히 옥수수 육종 개발 및 보급 사업을 하는 것이 주 과제였다.

개발도상국의 농업개발에서는 자국의 작물 자급률이 가장 중요하다. 수입 종자를 자체 생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원조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캄보디아는 현지 정부가 옥수수 작물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데도, 대부분의 옥수수 종자를 태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타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여전히 자급률이 낮은 실정이다.

필자는 1년 동안 캄보디아의 내리쬐는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가며 옥수수 품종 개발에 집중했다.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그동안 이어져 온 캄보디아 옥수수 연구의 바통을 이어받아 1년간의 마라톤을 마쳤다는데 스스로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마무리 그 이후였다. 바통을 넘겨 받을 인력이 턱없이 모자랐다. 캄보디아 농업국(General Directorate of Agriculture; GDA)는 한국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소속 옥수수 연구원은 단 한 명뿐이었다. 필자를 보냈던 NGO단체도 매년 농업 전문 인력을 파견하기란 재정 면에서 쉽지 않은 과제였다.

또 한 가지 장애물이 있었으니 바로 ‘부족한 협력’이다. 개발도상국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세계 각국의 단체가 캄보디아에 들어오고 있고 대한민국에서도 줄잡아 몇십 개의 단체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가지의 색이 잘 어우러져 공통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유토피아 같은 아름다운 협력관계는 사실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현장에서 근무 하면서 다양한 단체를 가까이서 들여다보았지만, 단체 간의 협력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중복되는 사업이 많아 때론 마치 ‘누가누가 잘하고 많이 하나’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단체마다 전문성과 정체성은 뚜렷하다. 다만 어떻게 화합하고 협력할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현지(local) 직원의 처우에 대한 문제도 현장에 가보면 피부로 와닿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비단 캄보디아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가장 교육받고 역량 있는 인재가 NGO 사업비가 적다는 명목 또는 현지의 인건비 기준에 따라 턱없는 처우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급여는 봉사단원에 비해 많게는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많은 개발협력 사업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개발되지 못하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수한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개발협력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사각지대에서 가장 어려움이 많은 사람은 이들일지 모르니까.

1년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짧았다. 잠시 머물렀다 떠날 사람으로서 캄보디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지 않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생생하게 경험했던 것은 그 안에서만 들여다볼 수 있는 개발 협력 분야의 모순과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하는 어려움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산처럼 커 보이고 복잡하게 꼬여있는 국제개발 협력이라는 문제 앞에서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각자가 바라보는 문제 일부를 공유하고 각자의 전문성으로 해결점을 피력해야 한다. 자신만의 독창성으로 머리를 맞대는 것 부터 시작이 아닐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먼저 관심을 두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관심과 토론. 작은 시도가 모여 큰 역풍을 일으키게 될 날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