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가을 호] <반지의 제왕>과 <나니야 연대기> – 숨겨진 이야기
  글쓴이 : 매거진팀     날짜 : 17-09-27 09:20     조회 :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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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옥스퍼드에 위치한 이글 앤드 차일드 펍. 여기서 톨킨과 루이스가 소속된 “잉크링즈”가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사진2. 옥스퍼드 소속의 All Souls College. 톨킨은 대학 안에 있는 쌍둥이 탑을 보고 <두 개의 탑>의 영감을 받았다 한다.









<반지의 제왕>과 <나니야 연대기> ━ 숨겨진 이야기





현존하는 영어권 문화가 파생된 나라, 영국. 필자는 지난 8월에 처음으로 영국을 방문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곳 중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였기에 매우 큰 기대를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영국에서도 필자가 가장 방문하고 싶었던 곳 중 하나는, <반지의 제왕> 저자인 J. R. R. 톨킨과 <나니야 연대기>의 저자 C. S. 루이스가 자주 담화를 나누었던 옥스퍼드의 작은 식당 “이글 앤드 차일드” (Eagle and Child) 였다. 그곳을 방문하는 동안 알게 된 영국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20세기 기독교 문학이라면 절대 빠질 수 없는 톨킨과 루이스는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 사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 다닌 두 사람은 “잉크링즈” (The Inklings)라는 문학 동아리의 회원이었고, 이 동아리 모임은 이글 앤드 차일드라는 식당에서 주로 열렸다. 바로 이곳에서 톨킨과 루이스는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 두 사람의 대표적인 차이는 그들이 믿는 기독교 종파다. 톨킨은 천주교 신자였고, 루이스는 개신교 신자였다. <나니야 연대기>에서 볼 수 있듯이, 루이스는 작품에서 기독교 색채를 보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반면, 톨킨은 독자에게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해 최대한 기독교 색채를 옅게 하고 다른 요소를 강화하는 것을 주장했다. 이를 조금 더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이들의 작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톨킨의 대표작인 <반지의 제왕>의 종교적 색을 논하기 전, 그의 다른 작품인 <실마릴리온>을 보면 이해가 더 쉽다. 톨킨의 서신을 보면, 원래 <반지의 제왕>과 <실마릴리온>을 한 권의 책으로 출판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실마릴리온>이 <반지의 제왕> 세계관의 형성과 그 직전까지의 일을 정리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톨킨의 생각에 두 개를 분리하는 것은 불가했다. 그러나 출판사에서 원고량이 지나치게 많다며 이를 거절하자, 현재 대중에 알려진 <반지의 제왕>을 세 권의 책으로 나누고, <실마릴리온>은 한 권으로 출판했다. <실마릴리온>은 성경의 창세기와 매우 흡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첫 구절부터 창세기와 같이 “태초에 (In the beginning)”로 시작한다. 이후 창조주가 인간과 요정을 만드는 과정을 보이며, 피조물들이 멜코(악마 역할하는 등장인물)에게 현혹되어 창조주에게서 멀어지고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결국, 인간과 요정 사이에 태어난 이가 창조주의 땅으로 건너가 조상들의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그의 도움으로 멜코를 무찌르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실마릴리온>은 쉽게 말해 창조주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피조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반지의 제왕은> 이런 <실마릴리온>의 정신을 이어받은 작품이다. 그런데 <반지의 제왕>에서는 <실마릴리온>처럼 창조주와 직접적인 교류가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그런 창조주의 뜻을 이어받기 위해 인간의 모습을 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없는 능력을 행하는 이가 있다. 바로 마법사 간달프이다. 이 때문에 <반지의 제왕>을 다루는 여러 논문을 보면, 간달프가 예수 그리스도와 유사하다는 해석이 있다. <실마릴리온>에서 멜코는 패배하지만, 그를 계승한 어둠의 군주 사우론이 등장한다. 그리고 사우론에 대항하고 인간과 엘프들을 돕기 위해 간달프가 파견된다. 직접 나타나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피조물을 돕는 모습을 보이는 데 있어서 <반지의 제왕>과 <실마릴리온>은 일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루이스의 <나니야 연대기>는 사자 아슬란을 통해 구원자의 모습이 매우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나니야 연대기> 시리즈는 총 7권으로 이루어졌는데, 위기의 상황에서 항상 사자 아슬란이 주인공들을 돕는 모습을 보인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는 아슬란이 죽었다가 부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활이라는 소재를 사용하며 기독교 신앙을 드러내려는 루이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반지의 제왕>의 경우, 전작 <실마릴리온>에 대한 이해와 톨킨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굳이 기독교적인 이야기로 해석하지 않을 수 있지만, 루이스는 이를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톨킨과 루이스는 기독교 색채를 작품에 드러내는 데 차이를 보였고, 이런 차이로 인해 루이스와 톨킨은 가끔 충돌하는 때도 있었다고 한다. 루이스는 <16세기 영국 문학>이라는 책에서 천주교 신부들을 ‘패피스트’ (papist)1 라고 부르며 비판하고, 루이스가 미국인 과부와 결혼하자 톨킨과의 사이가 나빠지기에 이른다. 이는 톨킨이 속한 성당에서 과부와의 결혼에 대해 부정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톨킨은 루이스에게 과부와의 관계를 정리하라고 충고하였지만, 루이스는 톨킨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과 유사한 가치관을 가진 이들과 친분을 만들어 톨킨을 포함한 옛 친구들과 의절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한동안 서로 마주하는 일이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필요할 때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사이였다. 루이스가 SF소설 <침묵의 행성 밖에서>를 출판할 당시, 톨킨은 루이스에게 출판사를 소개해주었고, 톨킨의 <반지의 제왕>의 서막인 <반지의 원정대>가 출판될 때, 루이스는 <반지의 원정대>가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라고 극찬했다. 비록 다른 종파로 인해 가치관의 차이를 보인 둘이지만, 인내와 배려를 통해 화합할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천주교와 개신교 사이의 가치관으로 인해 만들어진 갈등은 영국 역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갈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역사의 순간은 16세기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통치 시절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스코틀랜드의 메리(Mary of Scotland)였다. 잉글랜드 천주교인들의 눈에는 메리가 왕좌의 적임자였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가 무능한 통치자는 아니었지만, 정통성의 명분을 세우는 천주교인들 때문에 메리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더구나 메리도 천주교인이었다). 메리의 존재를 방관할 수 없었던 엘리자베스는 결국 메리를 런던으로 유인해 그녀를 가두고, 몇 년 뒤에 처형시킨다. 감금 중 메리는 제임스 6세를 출산하기도 하지만, 품에 안아 보지도 못하고 죽게 된다. 훗날, 엘리자베스 여왕은 스코틀랜드로 보낸 제임스 6세에게 잉글랜드를 물려주고 세상을 떠난다. 당시 스코틀랜드의 왕으로 재임하고 있었던 제임스 6세는 런던으로 내려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왕으로 재임하며 제임스 1세로 이름을 바꾼다. 그러나 그는 환영받지 만은 않았다. 스코틀랜드에서 온 제임스 1세는 천주교 신자였는데, 엘리자베스 1세부터 잉글랜드는 개신교 사회였다. 이 때문에, 제임스 1세를 평가하는 역사학자들의 의견이 나뉜다. 그의 재임 동안은 평화가 유지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어떤 이들은 ‘킹 제임스 성경’을 출판한 것 외에는 업적이 없는 무능한 왕으로 평가한다.

이런 영국의 역사를 보면, 톨킨과 루이스가 친구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일이다. 톨킨의 서신을 보면, 그가 루이스의 죽음을 매우 안타깝게 여겼음을 볼 수 있다. 또한, 루이스의 책 <스크루테이프 서신>을 보면 ‘책을 J. R. R. 톨킨에게 바친다’라는 내용이 있다. 종파의 차이로 사이가 틀어지기는 했어도, 서로를 파멸로 이끌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음이 충분히 가능한 것을 이들의 우정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글 박민성 기자



각주1| ‘패피스트’ (papist) : 천주교 신자들을 경멸적으로 가리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