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가을 호] [GLS 2017 - 2] 게리 하우겐, 폭력 없는 세상을 꿈꾸다.
  글쓴이 : 매거진팀     날짜 : 17-09-27 10:48     조회 : 239    
  트랙백 주소 : http://magazinelk.kr/bbs/tb.php/previous_issue/39

△사진1. 게리 하우겐(Gary Haugen)(사진출처: Willowcreek Association)









게리 하우겐, 폭력 없는 세상을 꿈꾸다.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현대판 노예’로 불리는 3,000만의 인구가 있다. 육체와 정신을 결박하여 끔찍한 폭력이 자행되는 그곳에, 폭력의 종말을 선언한 법률가가 있다. 그는 세상의 가장 어둡고 추악한 현장에서 정의와 용기를 말한다.

이번 GLS1의 마지막 강사로 나선 게리 하우겐(Gary Haugen)은 범죄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구출하고 가해자들을 심판하는 국제정의연대(International Justice Mission, 이하 IJM)의 수장이다. 하우겐은 1994년, 미국 법무부 소속으로 UN의 르완다 대량학살 수사팀을 지휘한다. 그는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불의와 악덕, 부패를 목격하면서 폭력의 속박을 풀고 그 자리에 정의를 세우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하우겐은 법무부를 그만 두고 1997년, IJM을 설립했다.

IJM은 한 마디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법적 보호를 실현하는 기관이다. 그들은 현지 국가의 정의 연대, 법률 기관과 협력하여 범죄 현장을 찾아 나서고 피해자들을 구출한다. 구출된 이들에게는 치료와 교육을 제공하며, 이후 동일한 범죄의 발생을 막기 위해 해당 국가의 법과 정의 시스템을 개혁해 나간다.

하우겐은 IJM의 활동을 통해 약자에게도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다. 여기서 정의의 실현이란, 폭력을 종식하는 일을 말한다. 가난으로 인해 갖은 폭력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과 돈을 주는 것 외에, 보다 본질적인 고통의 원인을 제거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갖 것을 지원해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앗아가는 사람들을 제지하지 못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폭력은 고통을 주려는 분명한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자행되는 범죄이며, 심각한 상처를 남긴다. 따라서 하우겐은 폭력이 변화될 수 있는 문제임과 동시에 다른 어떤 것보다 시급하게 변화 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하우겐과 IJM의 ‘꿈’이다.

하지만, 잔인한 폭력과 싸우는 일에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가. IJM 직원들의 일터는 각종 무기, 증오, 학대로 가득 차 있다. 얼마 전 케냐 IJM은 지역 경찰 조직의 극심한 폭력에 노출된 한 택시 운전사를 구출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거기에는 현지 법원 직원도 합류했다. 그러던 중 돌연 운전사와 IJM 변호사, 법원 직원이 실종되고, 그로부터 10일 뒤, 하우겐은 그들의 죽음을 알리는 연락을 받는다. 잔인하게 고문당한 흔적의 시신 세 구가 강가에 버려져 있었다. 폭력의 종말을 고하려던 사람들이 되려 인생의 종말을 맞게 된 셈이다. 가난한 자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하우겐의 ‘원대한 꿈’이 두려움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처참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 끔찍한 사건 이후 IJM이 꿈을 포기하고 다른 길로 전향했다고해도 그들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케냐 IJM 팀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그들을 두렵게 하는 이유를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 그것은 실패, 그리고 죽음에 대한 걱정이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도 그들이 이 꿈을 포기하게 만들지 못했다. 이 위협적인 상황에서 단 한 명의 팀원도 떠나지 않았으며, 계속해서 작전의 성공을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결국 가해 조직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고, 이 사건은 케냐의 지역 경찰 폭력을 근절하는 움직임의 시작을 알렸다.

하우겐의 말에 따르면, 두려움은 ‘꿈의 파괴자’다. 꿈을 불러일으키는 사랑의 마음을 무너뜨리고, 그 빈자리를 두려움으로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꿈의 뿌리를 갉아먹는 두려움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그이빨을 뽑아내야 한다. 하우겐은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인정하면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먼저, 자신을 두렵게 만드는 생각이 무엇인지 치열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법무부에 사표를 던지기 직전 하우겐에게도 두려움이 있었다. IJM을 구상하는 3년 동안 이 일에 동참할 친구들을 찾고 조직을 구상하며 열정적으로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그의 계획이 틀어질 때 실패자로 낙인 찍힐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그는 두려움의 근본적인 이유가 혹시 올지도 모를 굴욕감이었음을 아는 데서 시작해, 그가 가진 열정을 실제 행동으로 이전시켰다. 그 결과가 지금의 IJM이고, IJM을 통해 변화된 세상이다.

둘째, 부정적인 결과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그려보는 것이다. 두려움이 가져오는 질문은 ‘어떻게 잘못될 것인가?’ 이다. 하지만 이를 떨쳐내는 소극적인 수준의 ‘수비’만으로는 꿈을 지킬 수 없다. 꿈을 위해서는 수비수가 아닌 공격수가 되어, ‘어떻게 잘 될 것인가’를 그려야 한다. 꿈을 불러일으킨 사랑의 마음을 실제 발걸음에 옮기는 것이다. 이웃에 대한 사랑, 일에 대한 사랑, 그 어떤 사랑이든, 꿈을 꾸게 만드는 마음은 사랑이다.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는다.

10년 만에 GLS를 다시 찾았다는 하우겐의 눈빛은 여전히 강렬했으며 목소리는 한결같이 또렷했다. 그가 두려워했던 생명의 위협, 굴욕감과 같은 것을 이야기할 때 그의 모습은 심지어 더 확고했다. 우리도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두려움과 고민을 마주한다.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 하우겐의 메시지를 통해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용기의 중요성에 대한 역설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느끼는 모든 절망과 불안의 이유를 철저히 고민해 보기를 청하는 것이다. 추악한 범죄와 싸우며 죽음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두려움을 버리라고 말하는 하우겐의 분명한 목소리를 듣기 원한다. 당장 많은 것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괜찮다. 자신에게 닥친 두려움의 이유를 발견하고, 그것이 정말 꿈을 포기하게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보라. 그만한 가치가 없다면, 발을 떼면 되는 것이다. 두려움이 꿰찬 마음의 자리를 꿈을 위한 작은 용기로 대체할 수 있다면, 변화를 향한 큰 보폭을 내디딘 셈이다.




글 정혜원 기자



각주1|Global Leadership Summit. 매해 여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윌로우 크릭 교회(Willowcreek Community Church)에서 열리는 대규모 리더십 강연회로, 탁월한 리더십으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리더들이 연사로 자리해 강연을 전한다. 자세한 설명은 본 호의 다른 기사에 나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