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겨울 호] 용감한 히어로!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
  글쓴이 : 매거진팀     날짜 : 17-12-27 18:28     조회 :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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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히어로!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






박민성 기자(매거진 리더십코리아)



슈퍼히어로물이 영화계의 대세가 된 것은 오래된 사실이다. 2000년대 초반 스파이더맨 3부작을 시작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3부작이 2000년대 후반을 휩쓸었고, 아이언맨을 선두로 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영웅들은 종종 뛰어난 과학기술 발전을 힘입거나 우연의 사고를 통해 비범한 능력을 얻게 되었다는 설정에 기반을 두기에 우리가 사는 현실과는 다른 세계의 존재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자동차를 번쩍번쩍 드는 강력한 힘과 동시에 이들은 보통 사람들과 같은 여리면서도 뛰어난 인간적인 성품을 가지고 개인과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것이 아마도 슈퍼히어로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DC코믹스의 대표적인 얼굴 역할을 해온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슈퍼맨이다. 그의 캐릭터는 1930년대 미국의 작가 제리 시걸(Jerry Siegel)과 캐나다 만화가 조 슈스터(Joe Shuster)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9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슈퍼히어로의 표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정의의 편에서 악과 대항하는 그의 이미지는 미국적 규범의 일부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힘, 속도, 비행능력, 게다가 눈에서 광선까지 쏘는 그를 다른 차원의 존재로 생각하기 쉽지만, 슈퍼맨 캐릭터를 완성하는 것은 이 놀라운 능력들 뒤에 숨은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면모이다. 그는 죽은 행성인 크립톤에서 지구로 온 이민자이자 고아이다. 우연히 캔자스의 한 농부의 가정에 의해 발견되어 평범한 클락 켄트(Clark Kent)로 살다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가며 현재 우리가 아는 슈퍼맨으로 성장하게 된다. 동시에 그는 클락 켄트로서의 삶을 병행한다. 데일리 플래닛(Daily Planet)의 기자로 취업도 하고, 거기서 만난 동료 리포터 로이스 레인(Lois Lane)을 만나 연인이 되어 결혼도 꿈꾼다. 최근 상영한 영화 <저스티스 리그> (Justice League)에서 심지어 배트맨은 슈퍼맨이 외계인이었음에도 인간인 자신보다도 더 인간적이었다고 말한다. 배트맨의 캐릭터 역시 슈퍼맨처럼 일반적인 성장 배경을 가지지는 않았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강도에게 살인 당하는 모습을 본 것을 계기로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이가 다시는 없도록 하기 위해 배트맨으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남들과 같은 어린 시절의 추억, 친구, 사랑, 명예 등 일반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포기해야 했다. 배트맨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그는 브루스 웨인(Bruce Wayne)이라는 인간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배트맨의 눈에는 그런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클락 켄트라는 인간으로 누릴 수 있는 특권들을 지키려고 했던 슈퍼맨이 자신보다 인간적으로 보인 것이다.


이민자로서 슈퍼맨의 성장 이야기는 시걸과 슈스터의 개인적인 바람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유대인 이민자 가족에서 태어난 두 사람이 미국 사회의 한 일원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바람을 슈퍼맨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말하고자 했다고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아무도 모르는 타지에서 온 한 개인이, 자신에게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우뚝 서는 성공신화가 자신들의 이야기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슈퍼맨을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이다. 이방인, 이민자라는 인식의 딱지에서 벗어나, 그냥 평범한 이웃 사람으로 남고 싶은 의지를 말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했을 때 우리가 이민자, 혹은 타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볼 때, 단순히 우리의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자신들의 삶을 살면서 우리만큼이나 성공이 잠재된 우리 공동체의 일부분으로 보는 것이 맞는가? 슈퍼맨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시걸과 슈스터의 사례를 보면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블 코믹스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는 히어로로서는 스파이더맨을 꼽을 수 있다. 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영화 판권 문제로 아직 많은 활약을 보지 못했지만, 2000년대 초반 토비 맥과이어가 주연으로 활약한 <스파이더맨> 3부작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최고의 히어로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파이더맨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사실은, 2014년 스파이더맨의 상품 판매율이 다른 어벤저스, DC코믹스의 상품 판매율 모두 합쳐도 스파이더맨 상품 판매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2017년 현재도 배트맨과 더불어 스파이더맨 상품이 선두에 서고 있다.


사람들이 스파이더맨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스파이더맨이 되기 전, 모두의 웃음거리인 만만한 피터 파커(Peter Parker)였다. 그러던 그는 과학시설 탐방 중 우연히 방사능 거미에게 물려 거미의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는 새로운 능력을 오르지 자신을 위해 쓰는데, 이러한 그의 이기심으로 인해 아버지와 같은 삼촌이 강도에게 살해당한다. 그는 삼촌이 죽기 전에 그에게 한 말 중, 위대한 힘에는 위대한 책임이 따른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그 후로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라는 영웅으로 거듭난다.


흥미로운 점은 방사능 거미에 물린 것 이외에 스파이더맨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부유하거나 특별히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더 불행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부모님은 누군지도 모른 채 삼촌과 이모 사이에서 자라고, 삼촌마저도 잃은 고아다. 그런데도 그는 마블 코믹스 히어로 중에서 가장 성격이 밝은 캐릭터 중 하나다. 족쇄가 될 수도 있는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이웃도 지키고 평범한 고등학생의 삶도 계속 이어간다. 그가 히어로로 인기를 끄는 것은 단순히 그의 거미 인간으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근성이다. 그래서 그를 ‘친절한 이웃’이라 부르는 것이다.

먼 외계 행성에서 온 이민자 슈퍼맨도, 부모도 삼촌도 잃은 스파이더맨도 결국 히어로로서 그들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슈퍼히어로 특유의 초능력뿐만 아니라, 누구보다도 더 인간적인 면모들이었다고 볼 수 있다. 슈퍼맨은 머나먼 행성에서 온 이방인으로 지구인들이 볼 때 신의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함께하고 또 인간을 닮아가려는 노력에 최선을 다한다. 스파이더맨은 많은 불행을 겪었음에도, 누구보다도 그 불행을 극복해내려는 근성을 보인다. 이러한 히어로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많은 팬들에게 영감을 주고, 아무리 머나먼 타지에 왔다고 할지라도 누구보다도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하고 어떤 상황에도 불행을 극복해내려는 도전 정신을 심어주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려운 상황의 사람을 볼 때 그들에 대한 연민만 가질 것이 아니라 그들 역시 발견되지 않은 잠재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히어로들이 대중들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까.